본문바로가기 네비게이션바로가기

artists

Salon d'art GALLERY

JEONG EUNHYE
Nomadic Love 방랑자의 사랑

2007년 태국 여행지에서 학대받는 코끼리에 대해 알게 되었고,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 책을 접하면서 동물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의 입장이 뒤바뀐 세상을 도자 조형으로 표현하였다.
2010년 6개월간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반려견 뭉치와 엄마를 모델로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반려동물과 인간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 작업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은 푸른색을 머금어 더 이상 가라앉지 않을 푸른 배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동물들을 만들어 태웠다.
2017년부터 집 앞 골목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고깃집들을 보며 이 많은 고기가 되어주기 위한 동물들은 다 어디에 있다가 오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자연 수명에서 소, 돼지, 닭은 보통 15년에서 20년을 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 안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고통 속에 소는 2년, 돼지는 6개월, 닭은 한 달을 살다가 도축된다. 나는 나의 작업에서나마 수명대로 다 살아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는 동물을 제작하였다.
2020년 경기도 화성의 한 도축장을 방문하며 동물권 활동가 이미지를 중첩시켜 형상화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도 동물이고 우리에게 그들을 마구 착취할 권리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5월 7일. 아침에 일어나 뭉치가 소변과 대변을 잘 볼 수 있게끔 도와주고 먹을 것을 제공한다. 올해로 17살. 어르신인 뭉치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잘 모시고 있다.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창밖의 자두나무 한그루. 그 곳에 앉아 노래하는 박새, 직박구리들과 인사를 나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길가에 이리저리 모여있는 고양이들을 만난다. 거리에서 제일 만나게 되는 비인간 동물이 고양이들인데 얼마 전에 아기를 낳아 개체수가 더 많이 늘었다.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꼭 귀여운 깡패 같기도 하 다. 이녀석들이 숲의 토끼와 다람쥐, 사실은 그럴려고 그런건 아닌데 잡기놀이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해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나는 흑과 백의 체스판 위에 존재들을 흑과 백의 색으로만 채색하여 사회에서 가시화되는 동물과 비가시화되는 동물들을 배치하였다. 체스 게임의 규칙이 사회에서 존재하는 동물들과의 관계를 축소 시켜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송도 남동 유수지에 도착해서 망원경 너머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 머리 물떼새, 알락꼬리 마도요 등을 봤다. 소래포구에서 만났던 괭이갈매기는 꼭 고양이를 닮아있었다. 노란 양말을 신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듯한, 인간 동물에 기대어 어떻게든 생존해 나가려는 개체 수 많은 그들과 고양이가 겹쳐 보였다.
송도갯벌이 많이 매립되면서 그곳에서 서식하는 존재들도, 잠깐 쉬었다 가는 존재들도 지낼 곳을 점점 잃어간다. 그중에서도 넓적부리도요새라고 하는 서해안 갯벌에 오는 철새는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90%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넓적부리도요새는 우리나라에 봄, 가을에 오는 철새로 굉장히 장시간 비행을 하기 때문에 비행에 딱 필요한 연료만큼 지방을 태운다.
경유지인 새만금이 사라지면서 서식지가 완전히 제거 되고 갈 곳이 없어져 다수가 목숨을 잃었다. 호랑이, 고래, 코끼리, 사자 등 크고 멋있는 우산종 동물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 작고 유명하거나 화려하지도 않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존재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연애의 경험에 바탕으로 번식을 기원하는 작업을 했다. 새들은 짝짓기를 할 때 실제로 여자한테 잘 보이기 위해 100m 점프를 하거나 춤을 춘다고 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인 갯벌에 서식하는 희귀 물새들을 도자로 만들며 우리의 소중한 자원인 습지와 생태계 보전을 위해 사라져 가는 희귀 물새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